얼굴 모르는 누군가가 카페에 고민을 털어 놓았다.
나와 비슷한 고민이었고 나를 떠올리며 진심을 담아 공감해주었다.
그 분은 내 답글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오히려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진심이 더 통할 수가 있다고.. 전혀 생면부지의 사람끼리 차라리 마음이 편할 수가 있다고.. 내 마음을 더 보여주고 그 사람을 더 안아주고 싶을 때가 있다고..
그건 왜일까.
너무나 가까운 사람끼리
오히려 더 멀리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건 아마도.
나는 그를 잘 안다.
그는 나를 잘 안다.
라는 인식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몇십년을 나와 함께 해온 내 자신도 나를 아직도 잘 모르는데 가까운 가족이라고 나를 다 알 수 있을까.
나는 그를 잘 안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너무나 잘 안다고 확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서로를 잘 알게 되는데 방해가 된다 .
나는 이미 그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그의 모습이 이미 그의 본연의 모습으로는 보이질 않는다. 그저 내 마음안에 형성된 그의 모습이 내 눈안엔 비칠 뿐이다. 그가 무슨 말을 하여도 무슨 행동을 하여도
그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그를 잘 알아. 그는 지금 이런 심정일거야. 라는 생각이 그의 현재 모습과 마음을 나는 그대로 볼 수 없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는
아예 백지이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전달되어 온다.
나도 그가 나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나에 대해 더 편안하게 드러낸다.
원인 중 또 하나는 아마도.
기대감.
나는 그에게 이런 것을 원해.
그는 나에게 이런 것을 원할거야.
라는 서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우리는 나에 대해 드러내면
그가 나에 대해 실망할까봐
내가 그에 대해 무언가를 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런 알 수 없는 압박감에
그에게 선의를 베풀기를 오히려 망설인다.
밖에 나가 봉사활동하기는 오히려 쉬워도
가정에서 가족에게 잘해주기는 어렵다.
가족을 타인의 눈으로 바라보면,
지금까지 나의 무언가에 가려졌던 진실이
더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타인을 볼 때,
경계심보다는
오히려 그에 대해 편견이 없어
더 가식없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보면,
타인을 대할 때의 불편함과 마음 속의 저항이
조금은 누그러질지도 모르겠다.
가족도 좋고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도
우리는
모두
지구인이다.
가족을 대할 땐
타인을 대하듯이 예의있게
모르는 타인을 대할 땐
가족을 대하듯이 친근하게
그렇다면
우리 지구촌은
조금 더 따뜻해질지도..
나의 마음에도
온기가 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