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aha님의 스팀잇 19일차 | 창작자는 스팀잇에서 절대 보상받지 못한다를 읽고 댓글로 작성하다가 너무 길어져 따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naha님의 글을 먼저 읽으신 후에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naha님 안녕하세요? 저는 약 10년간 글을 썼으며 몇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입니다. 창작자로서 @naha님의 글을 읽고 스팀잇에 대해 느낀 바가 있어 댓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제 소개를 다시 하겠습니다. 저는 판타지, 무협, 로맨스 등의 장르소설을 쓰는 작가입니다. 신춘문예 같은 등단 체계를 거치지 않은 작가이고, 또 장르소설 작가로서도 상당히 못 파는 축에 속하기에 제가 모든 작가들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못함을 밝힙니다.
저는 장르소설 작가 중에서도 수입이 극단적으로 적은 작가의 입장으로 스팀잇을 시작했으며, 현재 스팀잇에서 받는 보상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스팀잇에서 받은 보상에 대해 말하기 전에 지난 10년간 글쓰기를 통해 번 돈이 얼마나 적었는지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글쓰기를 통해 번 돈은 5만원입니다. 실제로는 원천징수 3.3%를 미리 제하고 받았기에 약 4만 8천원 정도 되는 돈이었을 겁니다. 한 인터넷 매체에 원고지 약 60매, 1만자가 넘는 글자수의 원고를 보내고 받은 원고료입니다. 저는 한 달 평균 4개의 글을 1년간 기고하였으므로 그때의 제 연봉은 240만원입니다.
위의 원고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만 공개되었을 뿐, 책으로 엮어 내지 못했기에 한 원고당 5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후 저는 더 많은 수익을 노리고 장르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장르 소설 작가 지망생들은 문피아, 조아라 같은 장르소설 전문 연재 싸이트에 소설을 무료로 연재합니다. 그곳에서 많은 독자들을 만나 인기를 얻고 출판사의 눈에 들어 책을 내려는 목표로요.
그런데 저는 실력이 부족했고 독자들이 원하는 재미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졌기에 다른 지망생들보다 데뷔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3년을 꼬박 무료로 소설을 연재한 뒤에야 겨우 한 출판사를 통해 데뷔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3년간은 매일 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연봉이 0원이었던 셈입니다.
간신히 데뷔를 하게 되었으나 수입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지난 5년간 10권이 넘는 장르소설을 전자책(이북)으로 출간했으나 제가 지금껏 받은 인세는 이천만원이 되지 않습니다. 5년간 평균 연봉이 약 300만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전자책을 한 권 내면 유통수수료 30%(50%에 육박하는 곳도 있으나 평균적으로는 30%입니다)를 제한 70%에서 출판사가 4, 제가 6의 이익을 가집니다. 즉 삼천원짜리 전자책 한 권을 내서 제가 받는 수익은 약 1260원 정도입니다. 세금을 제하면 더 적기에 ‘약’이라는 단어를 붙였습니다.
@naha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책을 내면 평생동안 저작권료를 받습니다. 제 책이 서점에 올라가 있는 한, 저는 평생 그 책으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르소설의 수명은 짧습니다. 신간을 내어 첫 달에 백 만원의 인세를 벌었다면 다음 달엔 칠십 만원, 그 다음 달엔 오십 만원, 이런 식으로 가파르게 수입이 줄어듭니다. 제가 5년 전, 처음으로 출간한 책을 통해 받는 인세가 현재 만원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가끔은 아예 한 권도 팔리지 않는 달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제가 10권이 넘는 책을 통해 받는 인세가 한 달 평균 7만원 정도입니다.
스팀잇을 처음 알고 가입하여 활동을 시작했을 때, 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시작부터 큰 보상을 받을 수 없음은 당연하고,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 예상했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실력이 부족하며, 독자들이 원하는 재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편이라 장르소설 작가로 데뷔하는 데에 3년이나 걸렸습니다. 그러니 스팀잇을 통해 수익을 얻는 데에도 그정도쯤 걸릴 줄 알았습니다. 조아라 독자들이 원하는 ‘재미있는 장르소설’이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걸린 시간만큼 스팀잇 독자들이 원하는 글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즉 시장 조사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본 겁니다.
저는 2018년 1월 11일부터 스팀잇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한 달이 조금 더 지난 뉴비입니다. 그동안 스팀잇에 총 29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중에서 보상 거절 옵션을 쓴 1개의 글, 아직 7일이 지나지 않아 보상을 받지 못한 글 2개를 제외한 26개의 글로 보상을 받았습니다. 총 196.52 스팀달러, 45.71 스팀입니다.
현재 업비트 시세로 1스팀달러가 약 5800원, 1스팀이 약 4700원입니다. 제가 받은 보상을 원화로 계산하면 총 135만원입니다(제가 계산이 서툴러서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스팀잇에 올린 글 한 편당 평균 4천자를 썼으니 총 12만자쯤 썼습니다. 장르소설 1권의 글자수와 비슷한 분량입니다. 제 소설 중에서 독자님들께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 해도 5년간 총 천 권을 못 팔았습니다. 만약 천 권을 팔았다고 해도 위의 계산대로라면 1권당 1260원의 인세를 받으니 총 126만원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약 한 달 동안의 스팀잇 활동을 통해 책 한 권을 5년간 팔아 번 인세 이상을 번 것입니다.
물론 이 수익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는 보상으로 받은 196스팀달러 중 절반 이상을 스팀파워로 바꾸었고, 나머지 스팀달러도 코인을 샀기 때문에 실제로 손에 쥔 현금은 한푼도 없습니다. 언제라도 코인 가격이 내려가면(스팀 달러의 가격이 내려가면) 수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반 이하라 해도 60만원입니다. 많은 인세를 받는 인기 작가의 입장이라면 형편없이 적은 돈이겠지만, 저처럼 인기 없는 작가의 입장에선 굉장히 큰 돈입니다. 게다가 저처럼 인지도를 얻기 위해, 출판사의 눈에 들어 컨택을 받기 위해 몇년간 무료 연재를 해왔던 경험이 있는 작가들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디에나 경쟁은 있습니다. 조아라 2016 인포그래픽에서는 15만명이 작가로서 소설을 연재한 적 있다고 합니다. 또한 총 작품수가 46만개에다가 매일 2600개의 소설이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 15만명이 전부 실제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작가는 아닐 테고 취미로 몇 번 연재하다 그만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단 1만명이라 해도 엄청난 숫자입니다. 장르소설 부흥기를 맞아 출판사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났고, 과거에 비해 데뷔할 기회가 쉽게 오고 있다 해도 경쟁률이 1대 500은 훌쩍 넘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출판사와 계약하지 않고 개인이 유료 소설을 연재할 수 있는 곳도 있기에 반드시 출간만을 노리며 무료 연재를 할 필요가 적어졌습니다. 하지만 이곳 또한 경쟁이 치열해 월 10만원 벌기도 어렵습니다(저는 언제나 유명 작가님은 제외하고 저 같은 무명 작가의 기준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월 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작가님들이 많이 계시기도 합니다) 또 수수료를 내야 하기에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이 적어집니다.
반면 스팀잇은 다릅니다. 요즘 저를 포함한 뉴비가 많이 왔다 해도 여전히 가입자가 적은 상태고 블루오션입니다(오로지 저의 판단입니다) 또한 책을 내야만 인세를 받을 수 있기에 출판사의 컨택을 받은 소수만이 돈을 버는 곳이 아닙니다. 누구나 글을 올리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글을 올린 지 7일이 지나면 더 이상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 또한 제 입장에서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 단점입니다. 단지 보상을 받을 수 없을 뿐, 그 글이 지워지지는 않으니까요. 검색을 통해 우연히 그 글을 읽은 분들이 제 글이 마음에 들어 저를 팔로우하고 새로운 글을 기다렸다가 새 글에 보상을 해주실 수도 있습니다. 과거 무료 연재를 통해 인지도를 얻고자 했던 바와 다를 게 없습니다.
스팀잇에서 한 달 동안 활동하며 글을 10개 이상 올리신 분들 중, 단 1스팀달러의 보상도 받지 못한 분은 계시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누구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맞습니다. 온갖 공모전에서 떨어지고 수많은 출판사에서 원고 투고를 거절당했던 저 같은 무명 작가에게는 그야말로 천국 같은 곳입니다. 글을 올리기만 하면 그게 어떤 글이라 해도 0.01달러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더 많은 보상을 원하신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경쟁을 하셔야 하고 시장 조사를 하셔야 합니다.
무협 전문 연재 싸이트 문피아에 정통 로맨스 소설을 올린다면 과연 몇 분이나 읽어주실까요? 반대로 정통 로맨스 전문 연재 싸이트 로망띠끄에 정통 무협 소설을 올린다면요? 신춘문예에 제 판타지 소설(나쁜 드래곤과 용감한 기사와 아름다운 공주님이 나옵니다)을 투고한다면 첫 장만 읽고 던져버릴 겁니다. 판타지 소설 공모전에 문예 공모전용 소설을 보내도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스팀잇엔 다양한 취향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 경쟁과 시장 조사, 틀에 맞춘 글의 중요성이 덜한 편입니다. 실제로 저는 별볼일없는 일상글, 일기글만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제가 갑자기 실력이 늘어서도 아니고 마침내 독자들이 원하는 바를 깨달았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저 운이 좋았고, 뜻밖에도 이런 일기글을 읽는 걸 즐겨하는 분들이 계신 덕분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저는 스팀잇은 가난한 창작자에게 많은 보상을 주는 곳이 맞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얼마나 가난한 창작자였는지, 얼마나 많은 보상을 원하는지에 따라 제 말이 틀리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요.
그래도 이곳이 창작자에게 보상을 주는 곳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장르 소설 작가이니 다른 창작자들의 입장은 어떤지 모릅니다.
하지만 @naha님 말씀대로 열에 아홉은 떠나는 곳, 10퍼센트만 살아남는 곳이라 해도 창작자 입장에선 대단히 훌륭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신춘문예 공모전 경쟁률이 수백 대 일입니다. 스팀잇에선 일반적인 공모전처럼 입선한 소수의 몇 명만 보상을 받는 곳이 아니라 참가자 모두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받고 있고요. 그 보상이 많고 적고를 떠나 그것만으로도 저는 이곳이 특별한 곳, 가치 있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원하는 바 모두 이루시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