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이 창작자에게 주는 기회(1) - 장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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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떨결에 신문에 나왔습니다.

며칠 전 머니투데이 블록체인TF의 남궁민 기자님(@nmgngmn)으로부터 콘텐츠 창작자 중에 스팀잇 사용자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촉박했는데 마침 저도 시간이 돼서 연락받은 다음 날 인터뷰를 하고, 그다음 날 기사가 나왔습니다. 저는 월간지 경험만 있던 터라 일간지가 이토록 긴박(?)한 줄은 몰랐습니다 ㅎ

기사는 국내외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다뤄본 프리랜서 창작자가 스팀잇을 사용해보고 기존 플랫폼 대비 차이점과 느낀 점 등을 얘기하는 인터뷰였습니다.

사실 가상화폐 스팀(STEEM)은 어떻게 세기의 난제를 해결했나(1) - 디지털 딜레마와 같이 훌륭한 글을 이미 써주신 분이 계시고, 저도 아직 가입 한 달도 되지 않은 데다, 블록체인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지만, 제 나름의 생각과 느낌을 얘기할 기회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약 한 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님이 핵심을 잘 정리하신 기사를 읽고 나니, 인터뷰 때 얘기했지만 지면 관계상 들어가지 못한 이야기나,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야 이야기 못 한 아쉬운 점 등등이 있어서 스팀잇에 좀 더 부연 설명을 남겨 봅니다.

우선 제가 보통의 프린랜서 창작자분들과 한가지 다른 점이 있는데요, 저는 창작자이면서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업자라는 점입니다. 웹툰 작가님들처럼 본인이 직접 네이버나 레진 등 플랫폼과 계약하시는 창작자도 있지만(웹툰도 에이전시에 소속된 분도 많습니다), 글 쓰는 작가분들은 대부분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게 됩니다.

출판사에 책 계약을 맺으며 책 정가의 일정 비율을 ‘인세’로 받게 됩니다. 그래서 아주 간단히 도식화하면 작가 - 출판사 - 서점 - 소비자라는 4단계를 거치게 됩니다(보통 출판사와 서점 사이에 총판이라는 물류 서비스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전자책 1인 출판사 리드모readmo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글을 써서 제가 책을 냅니다).


1. 투명성

이때, 가끔 문제가 생깁니다. 대다수의 출판사는 양심적으로 책의 판매량을 정리해서 작가에게 알려주고 계약한 대로 인세를 지급합니다. 그런데 가끔 판매량을 의도적으로 줄여서 통보하고 인세를 깎아서 지급하는 몰염치한 출판사도 있습니다. 작가는 출판사가 제공하는 판매표를 보고 믿을 뿐, 실제 판매 부수를 검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출판사의 양심을 믿을 뿐입니다. 최근 여러 진통을 겪고 있는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 중에 해외 연재에 대한 정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신뢰는 돈 문제에서 나오고 해결됩니다. 내 작품이 어디에서 누구에게 팔렸고, 그래서 얼마를 벌었으며, 그중에 내 몫이 얼마인가를 맑은 물을 들여다보듯 투명하게 보여준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존 플랫폼은 디지털 기반이라고 해도 창작자와 플랫폼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했습니다.

스팀잇이 다른 플랫폼과 가지는 첫 번째 차별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스팀잇은 사용자 ID는 알면 그 사람의 지갑도 열어서 스팀 파워가 얼만지, 몇 스팀 달러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활동을 통해 스팀을 받았는지를 모두 투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내 글에 누가 보팅했는지를 알 수 있고, 보팅 받은 금액 중 얼마가 들어오는지도 명확합니다. 창작자와 판매자 간의 차이도 없고, 보팅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도 명확하기 때문에, 설령 내 글이 보팅을 못 받고 망할지언정 플랫폼이 나를 속인다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다른 디지털 기반 콘텐츠 플랫폼도 판매량 통계 등은 정확하게 낼 수 있지만, 출판사나 플랫폼 등을 통하면 사실 판매량에서 작가의 역할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편집 등에 인건비와 제작비가 들어가고, 홍보 및 마케팅 비용을 판매량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참여하면 몫이 줄어들고, 정확한 비율을 산정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면 스팀잇은 창작자 혼자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2. 스팀 달러의 편리함

스팀잇의 첫 번째 장점은 위와 같은 투명성이라면, 두 번째 장점은 스팀에서 발행하는(토큰이라 부르든 암호화폐라고 부르든) 스팀 달러입니다. 사실 최근 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분리해서 하면 되지 않느냐는 논의도 있었는데요, 제가 써보니 스팀 달러가 없으면 스팀잇이 너무나 불편해지고 심지어 불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팀 달러는 완전히 디지털화된 토큰이지요. 만약 내가 글을 써서 7일 후 보팅 받은 만큼 원화를 내 통장에 넣어준다면 정말정말정말 감사하겠지만, 일단 스팀잇에 그럴만한 돈이 없을겁니다. 돈이 있다고 해도 스팀잇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파산 시기만 빨라지겠죠. 사용자 역시 반드시 가입하면서 은행계좌를 연동해야 하고, 기존 은행 거래 보안 시스템에 따라 모든 화폐 거래를 해야만 할 것입니다.

스팀잇은 내부의 콘텐츠를 외부에 팔아 그 수익을 창작자에게 나눠주는 구조가 아닙니다. 스팀잇 내부에서 토큰을 발행하고 나누는, 일종의 독립된 디지털 경제 생태계지요. 디지털 토큰인 스팀달러는 상대방의 ID만 알면 아주 쉽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그냥 상대방 지갑에 스팀 달러 전송을 누르고 내 비밀번호로 확인만 하면 끝입니다. 그럼 두 사람 간의 거래는 투명하게 공개되며 동시에 영원히 박제됩니다.

창작자는 스팀잇에 글 외에도 자기 창작물을 올려놓고 거래를 하면서 스팀 달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가죽 공예나 목공예를 하시는 분이 액세사리를 제작해 스팀 달러를 받고 배송해 줄 수도 있겠지요. 자기 창작물이 있고 판매를 하고 있어도, 결제가 불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존 화폐 거래를 해야 한다면 무통장입금을 받아야 하는데, 소비자는 카드 거래를 선호할 수도 있고, 카카오 페이나 네이버 페이같은 간편 거래를 원할 수도 있습니다. 창작자가 카드 거래나 간편 결제를 사용하려면 또 이들 결제대행사업자와 계약을 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계약서 오고가고 검토하고 설치하고,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고, 문제 생기면 연락해서 해결해야 하지요. 1인 창작자에게는 상당히 버거운 일입니다. 수수료도 만만치 않구요. 돈주겠다는 사람이 있어도, 결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창작자는 돈을 벌기 힘듭니다.


3. 국경 초월

그런데 스팀잇은 스팀 달러를 통해 지불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합니다. 저는 이러한 결제 편리성이 영어나 중국어 등 유력한 외국어가 되거나, 혹은 그림/일러스트/음악처럼 언어 장벽이 다소 덜한 창작자 여러분들에게 스팀잇은 국경을 뛰어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미 상당수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분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국내외에서 일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 쓰는 작가의 경우, 스팀잇을 통해 바로 해외 팬들에게 자기 콘텐츠를 알리고 보팅을 통해 그들의 후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나 사진작가 분들의 경우, 역시 보팅으로 후원을 받거나 어떤 작품을 해외에 팔고 싶을 때 대가를 스팀 달러로 받으면 됩니다. 복잡한 해외 송금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집니다.

소규모 콘텐츠 창작자들이 살아나갈 길은 결국 작품의 취향과 비슷한 팬을 지속적으로 모아 커뮤니티화 하는 것입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자기 존재를 알리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모을 거점이 필요합니다. 스팀잇은 실질적으로 경제적 후원을 해 줄 수 있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 조성이 가능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면, 스팀잇은 경제적인 후원과 판매가 가능한 구조를 지녔습니다. 저도 구체적인 방법은 모릅니다. 많은 연구와 시도가 필요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분명히 있습니다.

스팀 달러뿐만 아니라도 디지털 기반 암호 화폐 기술 위에 생긴 콘텐츠 플랫폼은 모두 비슷한 장점을 가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투명성, 거래의 편리함, 그리고 어쩌면 창작자에게 정말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수 있는 국경의 한계 탈피.


지금까지는 제가 생각하는 창작자에게 스팀잇이 줄 수 있는 장점을 적어 보았습니다. 원래 한 번에 다 적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서 단점과 한계는 다음 편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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